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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연속 기고] 레고랜드 아래 묻힌 고인돌 1

황지영 자유기고가

묻어두고 “반면교사로, 다음에는 그러지 말자”는 말은 이제 우주 밖으로 던져버리자!

춘천 중도를 바라볼 때 우리가 먼저 보아야 할 것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레고랜드다.
놀이기구가 돌고 건물이 서 있다.
그러나 그 아래를 보자.땅 아래에는 중도의 시간이 있다.
발굴했던 자리, 다시 흙으로 덮어 보존한 유적,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나야 할 고인돌과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있다.

 

 

이것을 두고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이미 레고랜드가 들어섰으니 어쩔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반면교사로 삼자.”“다음에는 문화유산을 잘 지키자.”
그 ‘다음’은 언제인가.중도유적이 아직 그곳에 있는데 왜 다음 유적을 기다리는가.
묻어두고 “반면교사로, 다음에는 그러지 말자”는 말은 이제 우주 밖으로 던져버리자.
다음이 아니라 중도에서 지금 바로잡자.

 


 

복토보존했다면, 끝난 것이 아니라 남겨둔 것이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유적을 복토했다는 것은 유적을 없애버렸다는 말과 같지 않다.
보존을 위해 다시 덮어놓았다면 그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질문을 남긴다.“그 유적을 앞으로 어떻게 지킬 것인가?”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중도유적을 과거의 실패사례로 만들어 박물관 설명판에 적어놓을 것인가.
아니면 우리 세대가 잘못된 방향을 다시 돌려놓아 대한민국 문화유산 보존의 성공사례로 만들 것인가.
선택할 수 있다.
중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중도 전체를 국가사적으로 지정하자.

 

그래서 우리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중도유적 국가사적 지정이 중요하다.
사적 지정은 명예훈장을 하나 붙이는 일이 아니다.
앞으로 이 땅을 무엇을 중심으로 관리할 것인지 국가가 원칙을 세우는 출발점이다.
개발이 먼저인가, 유적이 먼저인가.우리는 유적이 먼저라고 결정해야 한다.
레고랜드가 들어섰다고 유적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개발시설이 있다고 그 아래 역사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라도 남아 있는 유적의 범위와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더 이상의 훼손을 막으며, 장기적인 보존·정비·복원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요구는 간단하다.
레고랜드를 개장했으면 이제 약속했던 유적 보존을 실행하라.
춘천 중도 전체를 국가사적으로 지정하라.

 

레고랜드 아래 고인돌을 다시 햇빛 아래로

 

상상해보자.
수십 년 뒤의 중도다.
지금 놀이시설이 있는 곳에서 필요한 시설이 이전되고 땅이 회복된다.
전문가들이 발굴기록과 보존상태를 다시 확인한다.
복토되어 있던 유적은 보존원칙에 따라 관리되고, 원위치에서 보여줄 수 있는 유적은 제대로 정비한다.
옮겨놓았던 고인돌도 조사자료와 고증을 토대로 원래의 역사적 맥락을 최대한 회복한다.
그러면 지금 레고랜드 아래 가려져 있는 역사가 다시 연결되기 시작한다.
고인돌 하나만 살리는 것이 아니다.
고인돌 옆의 집터가 연결되고, 집터 옆의 농경 흔적이 연결되고, 마을과 물길이 연결된다.
상중도까지 이어지면 강과 습지, 농경과 마을, 사람과 자연의 관계가 보인다.
그때 비로소 중도는 작은 ‘유적공원’이 아니라 섬 전체가 역사책의 원본이 된다.

 

레고랜드를 없애는 것이 목적의 끝도 아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레고랜드가 떠난다고 중도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레고랜드를 내보낸 자리에 또 호텔을 짓고 상가를 만들고 다른 대규모 개발사업을 한다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그래서 레고랜드 철수보다 먼저 중도의 미래를 확정해야 한다.
그 미래가 바로국가사적 지정 → 원형 보존·복원+역사문화권 정비+자연생태 보전+세계유산 추진이다.
이 원칙을 먼저 세워놓아야 레고랜드가 유적공원ㆍ유적박물관을 만든다며 유적지를 팔아 상가와 리조트를 개발하지도 않고, 레고랜드가 떠난 자리를 또 다른 개발사업이 차지하지 못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레고랜드 없는 중도’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중도가 살아난 중도’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지붕 없는 살아 있는 박물관


 

그렇게 되살아난 중도를 아이들과 함께 걸어보자.
아이들이 중도 흙길을 맨발로 걷는다. 고인돌 앞에서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는다. 옛 집터를 따라 걸으며 수천 년 전 이곳에 살았던 아이의 하루를 상상한다. 고증을 거쳐 복원한 수레를 타고 유적 사이를 이동한다. 상중도 습지에서는 물고기와 새와 곤충을 관찰한다. 구획밭에서는 농경의 역사를 배우고, 꼬마농부가 되어 씨앗을 심는다.
땅속에 보존해야 하는 유적은 함부로 파헤치지 않는다. AI·AR·VR·3D 스캔·디지털 트윈 같은 기술로 그 자리에서 과거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마트기기를 비추면 풀밭 위로 옛 마을이 일어난다. 집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원본은 지키고, 보이지 않는 시간은 기술로 깨운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지붕 없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이제 국민이 요구할 것은 다섯 가지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 국민이 행정기관과 정치권에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면 된다.

 

1. 춘천 중도 전체의 국가사적 지정을 조속히 추진하라.
2. 레고랜드 부지를 포함해 복토·보존된 유적의 현황과 보존상태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
3. 중도 전체의 종합적인 원형 보존·정비·복원계획을 수립하라.
4. 유적과 자연생태의 회복을 저해하는 시설은 순차적으로 이전·철거하는 방안을 마련하라.
5. 상·하중도의 역사문화와 자연생태를 통합하여 역사문화권 정비와 세계유산 추진으로 나아가라.
국민이 해야 할 일이 이것이다.

 

 

국가유산청에 묻고, 강원특별자치도에 묻고, 춘천시에 묻고, 국회에 묻자.
“레고랜드 아래 보존된 중도유적을 앞으로 어떻게 되살릴 것입니까?”
답을 받을 때까지 묻자.

 

‘반면교사’가 아니라 ‘원상회복’의 역사를 남기자.

 

후손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여기에 굉장한 유적이 있었는데 그때 개발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그런 설명을 남기고 싶은가.
아니면 이렇게 말하고 싶은가.
“한때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그러나 유적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멈췄습니다. 국가사적으로 지정했습니다. 더 이상의 훼손을 막았습니다. 시설을 하나씩 걷어냈습니다. 유적과 자연을 되살렸습니다. 그리고 세계가 찾아오는 유산으로 후손에게 물려주었습니다.”
•

 

나는 대한민국이 두 번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유산 보존의 역사는 한 번도 잘못하지 않은 사람들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사내용을 AI로 제작

 

잘못을 발견했을 때 멈추고, 고치고, 되살린 사람들도 역사를 만든다.

 

그러니 이제 말부터 바꾸자.
“이미 벌어진 일이니 반면교사로 삼자.”
그 말은 우주 밖으로 던져버리자.
다음에는 잘하자가 아니다.
이번에 바로잡자.

 

레고랜드 아래 잠들어 있는 고인돌을 잊지 말자.
중도 전체를 국가사적으로 지정하고,
잘못된 개발을 하나씩 되돌리고,
상·하중도의 역사와 자연을 다시 연결하자.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중도의 고인돌 사이를 뛰어다니며 묻게 하자.
“이렇게 좋은 곳을 어떻게 지켜냈어요?”
그때 우리가 대답하면 된다.
“묻어두지 않았단다.
우리 세대가 다시 살려냈단다.”

 

 

[핫이슈]세계적인 고조선 유적지에 레고랜드 들어서다. 2020.12.1
https://youtu.be/BZDurOFMzXM?si=Obi8AxSeypRk9P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