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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연속 기고] 레고랜드 아래 묻힌 고인돌 2

자유기고가 황지영

- 유적을 팔아 유적을 지킨다? 개발을 멈추고 사적 지정부터 하라

원본은 옮길 수 없다. 놀이공원은 옮길 수 있다 — 말뿐인 ‘상생’을 끝내자

 

중도는 끝난 사건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레고랜드는 ‘유적 보존’을 조건으로 들어왔다

 

 

여기서 출발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레고랜드 사업은 중도유적의 존재를 무시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고 들어온 것이 아니다.
대규모 유적이 확인된 뒤 보존방안이 논의됐고, 유적 보존을 전제로 사업이 진행됐다.
그렇다면 이제 물어야 한다.
레고랜드는 들어섰다.
그렇다면 약속했던 유적 보존은 어디까지 왔는가?

 

더구나 춘천시와 강원도는 중도유적의 사적 지정을 신청했다.

 

그렇다면 정책의 순서는 더욱 명확해진다.
개발보다 사적 지정이 먼저다.
매각보다 보존이 먼저다.

 

유적을 팔아 유적을 지킨다?

 

여기에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그 명칭 그대로 개발사업을 수행하는 회사다.
정관 제2조의 목적사업에는 부동산개발업, 주택사업, 부동산의 취득·관리·임대 및 처분, 사업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과 그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부대되는 사업 등이 들어 있다.

 

그런데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하면서 약속했던 유적공원과 유적박물관을 조성할 장소가 춘천시와 강원도가 국가사적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한 중도유적지와 관계된 곳이라면,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그 땅을 계속 개발하고 매각하여 상가와 리조트 등을 조성하고, 거기에서 마련한 재원으로 유적공원과 유적박물관을 짓는 방식이 과연 옳은가?

 

한마디로 묻자.

 

유적을 팔아 유적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또 다른 유적의 땅을 개발해야 한다면 어디까지 개발해야 보존이 시작되는가.
레고랜드를 짓기 위해 유적공원과 박물관을 약속했는데, 그 유적공원과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다시 땅을 개발해야 한다면 이 악순환은 어디서 끝나는가.

 

이제 끊어야 한다.

 

 

박물관을 짓기 전에 ‘진짜 박물관’을 지켜라

 

우리는 순서를 거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적박물관 건물은 다른 곳에도 지을 수 있다.
상가도 다른 곳에 지을 수 있다.
리조트도 다른 곳에 지을 수 있다.
놀이공원 역시 다른 곳에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수천 년 전 사람들이 실제로 살았던 그 땅은 다른 곳에 만들 수 없다.

 

집터를 새로 만들 수 있는가.
농경유구를 새로 만들 수 있는가.
수천 년 전 사람들이 만들었던 고인돌의 역사적 장소와 맥락을 다른 곳에서 새로 생산할 수 있는가.
없다.
그래서 중도에서는 건물을 짓는 것보다 원본을 지키는 일이 먼저다.

 

진짜 유적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유적공원의 출발이다.
상·하중도 전체의 역사적 맥락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박물관의 시작이다.

 


‘레고랜드와 중도유적의 상생’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하자

 

레고랜드와 중도유적이 함께 있으면 그것이 상생인가.
유적은 땅속에 묻혀 보이지 않고 그 위에서 놀이시설이 운영되는데 그것을 계속 ‘상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진정한 상생은 서로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중도유적은 원래 자리에서 원형을 보존·복원한다.
놀이공원이 필요하다면 유적과 자연생태를 훼손하지 않는 적절한 다른 장소에서 기업이 사업을 이어갈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것이 오히려 역사도 살고 기업도 살 수 있는 방법이다.

 

핵심은 아주 단순하다.
원본은 옮길 수 없다.
놀이공원은 옮길 수 있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이 살았던 장소를 레고랜드를 위해 다른 곳으로 옮길 수는 없다.
그러나 현대의 놀이시설은 필요하다면 이전할 수 있다.
중도유적은 원위치·원형 보존·복원으로.
놀이공원은 적합한 장소로.
이것이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진짜 상생이다.

 


그렇다고 내일 아침 놀이시설부터 뜯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서 또 다른 오해도 필요 없다.
중도유적을 살리는 데는 행정과 법률, 토지와 계약, 보존기술과 재정의 문제가 얽혀 있다.
그래서 순서가 필요하다.

 

첫 단추가 사적 지정이다.

 

 

사적 지정과 보존원칙을 먼저 세운 뒤 레고랜드 아래 복토된 유적의 상태와 보존환경을 조사하고, 중도 전체의 장기적인 보존·정비·복원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지, 어떤 시설이 유적과 경관의 회복을 위해 이전되어야 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당장 철거하지 않는 것과 영구적으로 존치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레고랜드의 영구 존치를 먼저 전제하는 것도, 아무 계획 없이 철거부터 외치는 것도 아니다.

 

중도유적의 영구 보존을 먼저 확정하는 것이다.

 

순서를 바로 세우자

 

그러므로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더 이상의 개발·토지매각을 우선 중지한다.
그리고
국가사적 지정
+전체 유적 현황과 보존상태 확인+ 문화재구역과 보호체계 확립
→ 상·하중도 종합보존·정비·복원계획 수립
+ 유적공원·박물관의 위치·규모·관리주체 재검토
→ 유적·경관 회복에 필요한 시설의 단계적 이전 검토
→ 역사문화권 정비와 세계유산 추진
으로 가야 한다.

 

유적을 개발계획에 맞추지 말자.
개발계획을 유적에 맞추자.

 

이 한 문장을 행정의 원칙으로 세우면 복잡해 보이던 문제가 상당히 단순해진다.

 

유적공원·유적박물관도 처음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유적공원과 유적박물관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무엇을 보존하기 위한 유적공원인가?
누가 50년, 100년 뒤까지 유적을 책임질 것인가?
개발과 토지매각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개발수익을 만들어 유적공원과 박물관을 건립하는 구조가 최선인지, 국가사적으로 지정하여 국가유산청·강원특별자치도·춘천시 등이 참여하는 공공적이고 지속가능한 보존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 적절한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더구나 사적 지정 신청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적의 범위와 보존원칙도 확정하기 전에 돈을 먼저 쓰고 땅의 용도를 먼저 결정해서는 안 된다.

 

레고랜드 아래 고인돌까지 살아나야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우리가 말하는 중도의 미래는 작은 유적공원 하나가 아니다.
상중도와 하중도 전체가 지붕 없는 살아 있는 자연생태·역사문화 박물관이 되는 것이다.

 

강이 있고 습지가 있다.
고인돌과 집터가 있다.
농경의 흔적이 있고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었던 공간이 있다.
원위치·원형으로 보존할 수 있는 것은 그대로 지킨다.
땅속에 보존해야 할 유적은 AI·AR·VR·디지털 트윈 같은 기술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보여준다.
아이들이 고인돌 사이를 걷고, 옛 집터에서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생활을 상상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레고랜드 아래 유적만 영원히 제외할 수 있겠는가.
없다.

 

중도 전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 되려면 언젠가는 그 아래 보존된 유적까지 중도의 역사 속으로 다시 연결해야 한다.
그것이 중도 되살리기의 완성이다.

 

국민이 지금 요구할 것은 간단하다
춘천시와 강원특별자치도가 이곳의 국가사적 지정을 신청했다면 그 의미에 맞게 행동하라고 요구하자.
“사적으로 지정해 달라는 땅을 왜 계속 개발합니까?”
“토지를 더 매각하기 전에 사적 지정부터 완료하십시오.”
"고창ㆍ화순ㆍ강화와 같이 고인돌로 세계유산에 추가등재하려면 레고랜드 아래 고인돌을 복원해야 가능합니다"
“유적공원·유적박물관 사업도 중도 전체의 보존계획을 먼저 세운 뒤 결정하십시오.”
“레고랜드 아래 복토된 유적까지 포함한 장기적인 원형 보존·복원계획을 마련하십시오.”

 

그리고 국가유산청에는 묻자.
“중도 전체의 유산적 가치를 먼저 판단하고 사적 지정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주십시오.”
국민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된다.

 

‘반면교사’에서 ‘원상회복’으로

 

레고랜드 아래 고인돌을 묻어두고 후손들에게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그때 이런 일이 있었단다. 참 안타까운 일이었지. 너희는 다음에는 그러지 마라.”
그 말을 우주 밖으로 던져버리자.
후손들에게 보여줄 것은 실패의 교훈만이 아니라 실패를 바로잡은 결과여야 한다.
“잘못된 개발이 시작됐지만 우리 세대가 멈췄다.”
“남은 유적을 사적으로 지정했다.”
“더 이상의 개발을 막았다.”
“복토된 유적을 지켰다.”
“필요한 시설은 이전했다.”
“고인돌과 집터, 농경지와 자연을 다시 연결했다.”
“그래서 상·하중도를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역사교과서로 남겼다.”
그것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다.

 


유적을 팔아 유적을 지키는 시대를 끝내자.
개발하고 남은 땅을 보존하는 것도 끝내자.
먼저 지키자.
그리고 필요한 것을 그 안에 맞추자.

 

 

개발을 멈추고 사적 지정부터 하라.
원본은 옮길 수 없다. 놀이공원은 옮길 수 있다.
중도유적은 원위치·원형 보존·복원으로, 놀이공원은 적합한 곳으로.
그렇게 레고랜드 사태를 ‘중도 되살리기’로 바꾸자.
중도는 개발하고 남겨둘 땅이 아니다.
먼저 지키고, 그다음을 결정해야 할 대한민국의 역사다.

 

버려진 고인돌 그 위에 놀이공원 2022.3.31https://youtu.be/Q0Mjp4Eoh5Q?si=pnjcG6M4JRddrJ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