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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기자의 현장인터뷰

[인터뷰] 성우계의 대모, 이경자님을 만나다

마릴린 먼로, 소피아 로렌 등의 실제 목소리 주인공

 

우리투데이 박현정 기자 |  우리투데이가 7월 1일 창간을 맞아 특별기획, 우리 사회의 숨어서 묵묵히 자기 분야에서 업적을 쌓아온 분들을 인터뷰하는 '은둔자를 찾아서' 제1편을 장식할 분은 바로 성우계의 대모 이경자님이다.

1968년 KBS 10기 공채 성우로 데뷔,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그들의 노력과 성과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정부 포상제도인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을 수상하는 등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경자님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살아온 삶 전반을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에는 대구.경북 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현정 본부장이 인터뷰를 맡았다. < 편집자주>
 

Q. 우선 간략한 본인 소개를 하신다면?
A. 저는 대한민국 성우 이경자입니다. 한 평생 성우로 살아왔으며, 그 삶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1980년대까지 팜 파탈이나 섹시한 여성을 연기할 사람으로 많이 캐스팅되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제가 68년도에 TBC 방송국에 입사해서 첫 배역이 '홍마담'이었습니다.
그뒤로 마담과 기생은 다 제 역할이었습니다. 아마도 제 목소리가 그런 배역에 맞았나봅니다. 그 이후로 마릴린 먼로, 소피아 로렌 등 섹시한 외국 배우들은 거의 제가 다 맡게 됐습니다.
아마도 제 생각에는 제 목소리 색깔 때문인것 같습니다.

 

Q. 80년대는 조금 과장해 이경자(섹시&팜 파탈), 주희(활달한 아이), 송도영(청순여캐) 삼국시대라고 불리우는데, 그 점에 대해 한말씀?
A. 사실 오늘 처음 듣습니다. 
젊고 섹시한 외화 여자 주인공들을 제가 맡다보니 제가 섹시한 여자 배우를 많이 한것은 사실이지만 '삼국시대'라고 하는 얘기는 처음 듣네요.
하여간 그당시 정말 많은 배역을 한것은 맞습니다.

원더우먼을 비롯해 V의 다이아나, 제시카의 추리극장의  제시카 여사역, 아내는 요술쟁이의 아내 사만다역, 미녀삼총사의 파라파셋, 다이너스티의 죤 콜린스, 달라스의 루시유잉역, 그밖에도 마릴린몬로(돌아오지않는강, 버스정류장, 왕자와무희, 7년만의 외출, 나이아가라,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뜨거운것이  좋아, 달리는사람들), 소피아로렌(엘시드, 로마제국의멸망, 이탤리식결혼, 해바라기, 카사드라크로싱, 불의여인, 소렌토의 염문, 두여인), 지나롤로 브리지다(9월이오면, 노틀담의꼽추,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제시카랭(케이프피어,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 고양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캬롤베이커(기적, 빅 칸츄리, 쟈이언트), 라쿠웰 웰치, 에바가드너, 스잔헤이워드, 그랫다 가르보(그랜드호텔, 마농레스꼬), 브리짓바르도, 올리비아뉴튼죤, 제시카랭, 베티미들러(빅비즈니스, 골치아픈여자, 더블로맨스), 바바라스트라이 샌드(스타탄생1.2, 추억, 너츠, 미트페어런츠2)
등등의 여배우 목소리를 더빙했습니다.

 

Q. <제시카의 추리극장(원제: Murder She wrote)>에서는 앤절라 랜스버리가 분장한 마음씨 좋은 할머니 캐릭터를 맡기도 하셨다는데?
A. 제가 파악하기로 '앤절라 랜스버리'역은 구수한 목소리, 된장을 푼것같은 그런 목소리로 해야겠다고 했는데, 그런 반면에 추리력은 있는 날카로운 부분도 부각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점이 히트를 쳐서 150편 이상을 하게 됐습니다. 현재 '앤절라 랜스버리'는 97세이고 아직 살아계신데, 제 롤모델입니다.
 

Q. KBS에서 방영된 '트루 라이즈' 에서 헬렌 태스커 (제이미 리 커티스)역을 맡으셨는데?
A. 제이미 리 커티스는 토니 커티스의 딸로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의 부인, 헬렌 역할이었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당시 제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항상 영화를 보면서 그 목소리를 창조해야 하는게 성우가 해야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지금도 성우를 은퇴했지만, 기회가 되면 아직도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웃음) 
 
Q. '은둔자'의 의미에 가장 어울리는게 사실 '성우'입니다. 사람들은 외국 배우가 진짜로 그런 목소리를 내는줄 착각하게 만드니까요.
은둔자를 찾아서라는 기획인터뷰 첫번째 인물로 선정된 소감 한말씀?

A. '성우'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배우'이고 '성우'는 보이지는 않지만 그 배우를 돋보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은둔자'의 의미에 가장 맞습니다. 처음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때 '은둔자'라는 용어를 듣고 사실 나올것을 결정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수많은 '은둔자'들이 존재할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다양한 분야의 '은둔자'들을 찾아 발굴해 나간다면 분명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기획특집이 될것으로 보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A. 저는 '성우'가 가장 필요로 하는 방화나 외화의 '더빙' 전성시대에서 살아서 정말 바쁘게, 보람차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 '더빙'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자막으로 대체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성우를 하고 있는 후배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더빙의 법제화'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시각 장애인의 경우에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꼭 '더빙의 법제화'가 되어 후배 성우들이 활발하게 일을 할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