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31일, 여느 때처럼 중도유적을 지키다 귀가하던 중도유적 지킴이 박형노님이 오늘 영면했다.
2020년 5월, 당시 6년째 중도유적 보존투쟁을 하던 정철 중도유적지킴본부 대표가 중도유적 위에 천막투쟁을 시작하자마자 결합한 박형노님은 기자 신분이었고, “자기나라 유적을 자기 손으로 파괴하는 나라가 어딨냐? 지키려고 싸우는 사람도 없다면, 전 세계에 우리나라가 뭔 창피냐?”고 일갈했다.
기자신분을 넘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분노했던 중도 지킴이 박형노 기자.
청와대, 대검찰청 등 숱한 기자회견, 문화재청과 강원도청, 춘천시청 항의 방문과 대 STX 법정투쟁, 대 중도개발공사 법정투쟁 등 법원, 경찰서와의 투쟁, 두 번의 천막침탈에 맞서, 다시 레고랜드 부지 내 천막을 치고 들어간 2차 천막투쟁, 최근의 레고랜드 부지 내 대형상가 건축심의 통과 규탄과 중도유적 사적지지정 촉구 기자회견까지, 중도유적 보존과 관련한 거의 모든 기록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기사도 쓴 박형노 기자. 심지어 박형노 기자는 문화재 관련 법지식을 알려주며 중도 지킴이들이 보존투쟁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박형노 기자가 쓰러지고, 가족이 당일 CCTV를 확인해보니, 박형노 기자는 머리가 어지러운지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다가 나와, 지하철 직원에게 ‘119 좀 불러 달라’고 하고 쓰러졌고, 뇌간이 망가져, 회생이 어렵다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뇌경색. 박형노 기자의 지병이었다.
단지 그뿐일까.
박형노 기자는 중도유적 보존을 기록하고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해, 새 정부가 안정되어 가는 지자체 선거 이후 특히 압박을 많이 받았다.
‘니가 거기 왜 있냐?’부터 ‘그만하고 나와라’까지, 하룻저녁에도 여기저기서 그런 전화를 받고, ‘그런 전화’라고 중도 지킴이들과 있을 때도 많이 얘기했다. 특히 김진태 도지사 측근들로부터 전화가 많이 온다고 했고, ‘서면다리 놓으려는 한승수, 이명박 패거리들이 벌인 일’이라며, ‘레고랜드 지은 멀린사도 영국이고, 레고사가 영국령인 덴마크니까, 남의 나라 유적 파괴하는 영국여왕도 호로새끼’라며 ‘기사를 써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압박전화에 기죽는 것이 아니라 쓰러지던 날에도, 강하게 성토했다.
토,일 주말이면 중도유적을 지키며, 물도 전기도 없어 무더위를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중도 그늘막에서 눈을 붙이며, 온몸으로 더위를 맞던 박형노 기자.
그러기에 기자 이전에, 중도 지킴이라는 호칭을 올린다.
‘개장 세 달에 7번사고 나고, 하루 300대 차량 오면, 레고랜드는 이미 망했어. 이젠 법대로 하면 되고, 불법이 너무 많아 이길 수밖에 없어’ 이긴다는 확신으로, 그만두라는 압박을 견디던 박형노 기자.
그만하라.
생업가진 국민들이 국가의 잘못된 행정, 더구나 한번 훼손되면 복구될 수도 없는 문화재를 지키느라, 역사와 민족을 위해 지키느라, 더 이상 죽거나 다치지 않게 그만하라.
그만하라.
임시사용승인 중에 버젓이 거짓 준공식을 연 문화재 위 레고랜드, 개장 3달 만에 7번의 사고가, 저 무섭게 내리는 비로 인해 인명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만하라. 누가 책임질 것인가? 육동한 춘천시장이? 책임진다고 죽거나 다친 사람이 살아올 것인가? 그만하라.
투쟁전략을 놓고 갑론을박하며 3번의 여름을 나는 동안, 동지가 된 박형노 기자.
중도 지킴이 박형노 기자의 죽음을 좋아하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만하라!
다음은 너희 차례다!
성성한 박형노 기자의 말을 새기며, 못 다 이룬 중도유적 보존의 유지를 이루리니,
박형노 기자님! 잘 가시고, 늘 우리 곁에 계시어요.
삼가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단기 4355년(2022) 8월 8일
이 정희
중도에서 통일까지 대표.
영화<이태원살인사건> 시나리오 작가. 우리겨레 고유력 <마고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