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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선 8개월 앞두고 다급해진 與..결국 언론에 재갈 물렸다

與, 언론규제법 문체위 소위 강행 통과
문체위원장 野에 반납 앞두고
한밤중에 속전속결로 처리
언론계·국회 입법조사처
"해외에도 사례없는 악법"

 

우리투데이 박현정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야당은 “대선을 앞두고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졸속 입법”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자기 당 의원들이 낸 언론중재법 개정안 16건을 병합해 수정안을 만들고 이를 표결에 부쳐 찬성 4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야당 의원 2명은 전원 반대했고 민주당 의원 3명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찬성했다. 야당은 “표결을 하려면 ‘위원회 안'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민주당은 자기들 안을 바로 표결에 부쳤다”며 “표결 자체가 무효”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날 통과시킨 법안은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언론사에 피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배상액은 이례적으로 ‘하한선'을 만들어 해당 언론사 전년도 매출액의 1만분의 1(하한선)에서 1000분의 1(상한선) 사이로 손해액을 산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야당은 “권력자들이 거악 추적 보도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것”이라며 “매출액을 가지고 손해액을 산정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또 문제가 된 보도 과정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언론사가 지도록 한 점은 위헌이라고 야당은 주장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중재법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독재국가에서나 할 법한 발상”이라면서 “대선을 앞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언론을 겁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자신들이 마련한 언론중재법 ‘대안'을 오후 2시 회의가 시작되고 나서야 야당에 배부했다. 야당 의원들은 “사전에 검토할 시간도 주지 않은 급조된 ‘수정 의견’일 뿐 ‘대안'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에서 회의만 10차례 해서 법안을 마련했다”고 하자,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은 “국회가 상임위 중심인데 민주당 특위 안을 받아서 논의하느냐. 문체위가 핫바지인가”라고 맞섰다.

그러나 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박정 의원은 “근본적으로 (여야가) 안 맞는데, 표결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위원 6명 중 민주당(3명)과 열린민주당(1명)이 과반이라는 점에서 표결로 가면 야당이 막을 방법이 없었다.

 

 

 

국민의힘 소위 위원인 이달곤 의원은 “왜 여당 안을 백프로로 밀고 가느냐”고 했고, 최형두 의원은 “쟁점이 그대로인데 표결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논의는 충분히 했다”며 표결에 들어갔고, 회의 시작 7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9시 20분 소위에서 법안이 처리됐다. 박 의원이 법안을 의결하는 의사봉을 두드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당일날 가져온 자신들의 ‘수정 의견'을 ‘위원회 대안'이라고 하면서 표결을 강행했다”며 “유령 의결로 의결 효과가 없다”고 했다.

 

 

법안은 이후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된다. 문체위 역시 16명 위원 중 민주당 8명, 열린민주당 1명 등으로 과반이어서 통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등을 구성해서라도 법안 통과를 지연시킬 계획이지만, 조정위원 6명 중 민주당 3명에 열린민주당 1명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여 효과가 크지 않다.

 

민주당은 최근 여야 합의에 따라 오는 8월 말 문체위원장 자리가 국민의힘에 넘어가기 전 언론중재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악법을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일방 처리하려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은 이날 소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7가지 쟁점 중 5가지는 도저히 합의될 수 없는 사안이었는데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열람차단청구권을 세계 유일하게 도입하는 것, 손해배상액 산정 시 언론사 매출액을 가져오는 것,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 고의 중과실 추정을 피고(언론사)가 지게 만든 것은 명백히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안 중 이날 소위에서 일부 조정된 부분은 ‘정정 보도의 크기’가 유일하다. 민주당은 정정 보도를 ‘같은 분량 및 크기·같은 시간'으로 규제하는 안을 들고 왔지만, 과잉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2분의 1 이상'으로 축소됐다. 이 부분은 언론의 편집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민주당 안에는 ‘정정 보도를 신문 1면과 방송 첫 화면,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노출’하는 방안이 포함됐었다.

 

민주당이 이날 회의를 비공개로 밀어붙이면서 ‘깜깜이 심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위원장인 박정 의원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 야당은 “언론을 규제하는 중대 법안을 심의하면서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중계 여부도 표결에 부친 뒤 비공개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회의 비공개에 반발하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유튜브로 회의를 생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