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데이 이승일 기자 | 선박용 면세유를 공급받아 경유와 혼합하거나 등유와 경유를 섞어 가짜 경유를 판매한 주유업자, 무자료 거래로 세금을 탈루한 석유판매업자 등이 경기도 특사경에 대거 적발됐다. 가짜 경유의 경우 대기 오염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자동차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위험하다.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한국석유관리원과 공조하여 석유제품 불법유통 행위에 수사를 벌인 결과 석유제품 불법제조와 세금탈루 등 불법행위를 일삼은 20명을 검거해 16명은 검찰에 송치하고 4명은 형사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가짜 석유와 과세자료가 없는 무자료 거래로 불법 유통시킨 석유제품 유통량은 총 97만 리터, 시가 14억 원 상당에 이르며 무자료 거래로 탈세한 세금은 1억3천만 원에 달한다.
20명의 위반 내용은 ▲선박용 면세유, 등유를 경유와 섞어 가짜 석유 불법조제·판매 7명 ▲무등록 업자와 무자료 거래로 부당이득 및 세금 탈루 2명 ▲품질부적합 석유제품 판매 및 판매 목적 저장·보관 7명 ▲주유업자가 일반대리점에 석유제품 불법판매 1명 ▲등유를 차량 연료로 또는 홈로리 차량으로 불법 이동판매 3명이다.
주요 사례를 보면, 주유업자 A씨는 무등록 업자 B씨와 고황분 석유 중간제품 70%가 혼합된 선박용 면세유 3만2천 리터를 유통하기로 사전에 공모했다. A씨는 B씨로부터 시중보다 저렴한 선박용 면세유를 과세자료 없이 무자료로 공급받아 미리 저장해놓은 저장탱크에 정상 경유와 섞어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4,600만 원의 부당매출을 올렸다. 저장탱크에 남아있던 1만2천 리터는 경기도 특사경에 압수돼 전량 폐기됐다.
선박용 가짜 석유는 면세이면서 가격이 저렴해 가짜 경유 조제에 자주 사용되는데 일반 경유보다 유황 함유량이 최대 10배 많아 유해가스 배출 등 대기 오염을 유발한다. 특히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면 엔진이나 배기 계통에 고장을 일으켜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C씨 등 주유업자 5명은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홈로리 차량 탱크에 경유와 등유 25~30%를 혼합한 가짜 석유 706리터를 조제해 용인, 안산, 남양주 등지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덤프트럭, 굴삭기 연료로 이동 판매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됐다.
주유업자 D씨와 E씨는 한국석유관리원에 수급상황보고를 고의로 누락하고 무등록 업자로부터 무자료 현금거래로 불법 구매한 경유 58만9천 리터를 판매해 8억4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세금 1억3천만 원을 탈루하다 꼬리를 잡혔다.
석유판매업자 F씨 등 7명은 여름용 휘발유 증기압 기준을 초과하거나 황성분이 10배 이상 함유된 품질기준 부적합 휘발유 23만 리터를 판매해 3억6,900만 원의 부당매출을 올리고, 남은 휘발유 역시 판매할 목적으로 주유기와 연결된 지하 저장탱크에 보관하다가 적발됐다.
이와 함께 G씨는 여러 개의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정상적으로 공급받은 경유를 자신이 소유한 일반 대리점에 12만 리터 판매했으며, 이를 자신이 소유한 또 다른 주유소에 재판매해 1억6,2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은 주유소가 실소비자가 아닌 일반 대리점에 경유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석유판매업자인 주유업자 K씨와 L씨는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용인 건설현장에서 이동홈로리 차량을 이용해 등유와 경유 472리터를 차량 연료로 불법 판매하다가 현장에서 검거됐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따르면 ▲가짜석유 제조, 보관 및 판매한 자는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 ▲무자료 거래 및 등유를 연료로 판매한 자는 최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위반 사업장은 관할관청으로부터 사업정지 또는 과징금, 영업장 폐쇄 등의 행정처분도 받게 된다.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유류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면세유를 혼합한 가짜석유 불법유통 사범들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석유관리원과 지속적으로 석유유통업계에 대한 현장 단속을 실시해 석유제품 불법유통이 근절될 수 있도록 수사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