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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책 소개] 못다핀 들국화/ 이종철

 

우리투데이 이동현 기자 |  이 책은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살던 고(故) 이종철씨의 장례 이후에 발견된 노트 2권에 담긴 내용을 원문 그대로 만든 책이다.
발간 목적은 1953년도부터 2008년도까지 편년체로 쓰여진 내용을 통해 근현대사에서 한 개인의 삶과 관련된 내용을 통해 그 시대의 모습을 들여다 볼수가 있어서 시리즈로 게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1954. 3. 2 어린시절의 추억

 

쑥스러운 마음으로 교회에 들어갔다.
“종철, 강용 이리와”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는 이는 국민학교 동창생인 이손근 이었다.
그리고 예배가 끝나자 전도사님께서 환영해주셨다. 그리고 찬송가와 성경책을 주셨다. 이상하게 처음 접한 새로운 세계에 온듯 나 자신도 모르게 수요일과 일요일이 기다려졌고, 일주일 하루를 신앙생활을 지키기 위해 6일은 다른날 보다 열심히 일했다.
신곡 아제한테 명심보감을 2개월째 끝마치고 더 배우고져 했으나 신곡 아제의 일 때문에 한문 배움을 끝 마칠때 신곡 아제는 내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 한문실력은 올해 고등학교 졸업생인 둘째 아들 종경 실력보다 위라 칭찬하셨다.
오늘은 일요일 교회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부산에 가서 중학교를 끝마친 이양기, 내게 위 학렬인 양기가 내게 말했다.
“철아! 어디 갔다 오냐”
“아제 언제왔어?”
‟철아 나 요새 몇달동안 집에 있었어 그런데 한번도 못봤어, 내가 그 때문에 너 만나 보고자 했어”
“무슨 일인데?”
“나도 중학교 졸업하고 아버지가 편찮아서 고등학교 포기하고 집에서 공부하고 있어”
“어떻게 혼자 공부를 해, 무슨 공부 인데?”
“보통고시 공부하고 있어, 공부하면서 동네에 떠도는 소문에 우리 동네가 너 칭찬이 야단이야, 요사이 신곡형님께 한문 배운다며, 그래 끝났어?
“이제 농번기라 시간이 없다시면서 돌아오는 겨울에 가서 다시 가르친다 했어”
“그럼 무슨 공부 할거야”
“뭐 공부 할꺼 있어야지”
“그래서 내가 네게 가르켜 주려는 것이 내가 보고난 책을 주겠으니 공부해봐 잘하면 중학교 안가도 검정고시가 있는데 그것만 합격하면 중학교졸업 자격증을 딸수 있어”
“그러나 혼자 어떻게 공부해”
“그래서 이 고시책은 열심히 읽고 모르는 것은 계속 반복하면 알게 되있어, 너 우리집에 가자, 책 가저가 보고 할 수 있으면 다음책을 빌려가고”
“그래 고맙다. 아제”
나는 아제 한테 가서 보통고시 문제집을 갖고 왔다. 그러나 보통고시 독학은 너무 어려웠다. 이곳이 시골이라 언제나 공부만 할 수없고 낮에는 산에가서 나무를 하고, 농사철이면 남의 농사일까지 도와야 하며 ……,
이제 일요일, 수요일 저녁에는 교회까지 가게 되어 나는 한시간도 여유없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오늘도 강용친구와 같이 나무하러가서 해가 서산에 넘아갈 즈음 나는 집에 도착했다. 그때 방문앞에 구두 한켤레가 보였다. 나무짐을 내려 놓았으나 부모님은 문을 열지 않았다.
언제나 내가 나무짐을 내려 놓으면 그 소리에 문을 열고 나오시던 어머니, 아버지께서 오늘은 왜?
구두로 봐서 손님이 오신것이 분명했다.
내가 점차 사랑방 앞에 도착해서야 구두 임자가 누군가를 알았다.
형이 온 것이다. 그러나 순간적 형이 반갑지 않았다. 여태껏 우리집이 이렇게 가난해진 이유가 모두 형 때문이라 내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형은 대구에서 묵뜰 논, 우리집 젓줄처럼 귀중한 논까지 팔아간것도 모자라 아버지가 먹이던 자식 같은 소까지 팔아가면 몇개월 소식이 없다.
형이 내려오는 날이 이제는 식구 모두 싫어하는데 이번에도 우리 가정의 재산1호인 소를 팔아달라 내려온 것이다. 형은 외관적으로 미워했으나 형의 말 100% 신뢰하는 부모님이시니 이번에도 저 소는 형이 갖고간다 생각했다.
나는 방문을 열기 싫어졌다. 형을 만나기 싫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온 형을 만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형은 내 형이기 때문이다.
“엄마!”
내 음성을 듣고서야 어머니는 문을 열고 말씀하셨다.
“철아 형 왔다. 들어와서 인사해라”
어머니 뒤에서 얼굴을 내민 형 “너 고생 많구나”
이때 형이 말했다.
“아버지 보세요, 철이를 빨리 대구로 데리고 가서 공장에서 기술이라도 가르켜 야간 중학교라도 보내 주셔야지 저 모습이 무엇입니까? 희망이 없는 이곳에서 나무나 해 오고 ……”
이상했다. 이제까지 항상 형을 미워했다, 그런 내 자신이 미웠다.
“형!”
“고생이 많았지?”
“아버지 이번 한번만 도와주세요. 꼭 올라가서 철이를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러나 화가나신 아버지께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시며 “이번은 안돼! 더 이상 너에게 속을 수 없어”
화가 나신 아버지를 따라 어머니께서도 일어나 밖으로 나가신다.
이제는 형과 나, 아무 말이 없다.
형은 담배를 피운다. 아직 어린 형이 담배를 피운는 모습이 싫었다. 형도 한마디 말도 없이 밖을 나갔다.
나는 소죽 솥에 불울 넣었다.
화가나신 아버지께서 들어 오셨다.
“내가 물을 넣을 것이니, 넌 힘들잔아 방에 들어가가”
“아니예요 아버지, 제가 소죽 끊이겠으니 아버지 들어가세요”
아버지께서 화를 내신다.
그러나 내가 소죽을 끊여 소에게 주고 있을때 형이 돌아왔다.
아버지께서 죄없은 화루통에 담배대를 투덜댄다.
아버지의 심정이 매우 불쾌하신 듯 하다.
이때 어머니의 저녁상이 들어왔다. 어머니께서는 큰 냄비에 통닭 한마리를 삶어 형에게 준다. 형은 너무 배가 고팠는지 아버지 잡숴보라 말도 않고 닭 한마리를 다 먹어치운다. 닭 한마리를 순식간에 먹어 치우는 형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보습이 너무 행복해 지신다. 이것이 자식을 대하는 부모님의 사랑인가?
형 옆에서 닭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께서 “여보 이번 한번만 더 믿어 봅시다. 저것이 객지에서 얼마나 고생이 되었으면 우리도 부모라고 찾아 왔겠어요?”
어머니께서 몇일 전에도 계란꾸러미를 갖고 동곡시장에 가셨다 돌아오신 어머니께서 부엌에서 밥을 지으시며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철아, 동곡시장에 가니 장사들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고구마를 보니 네 생각이나서 몇번 망설이다 그냥 시장에서 돌와와서 너에게 미안해 죽겠어”
하시면 내손을 꼭 잡으시던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나도 생각 했다
빨리 나도 돈을 벌어 어머니 좋아하시는 고구마을 원없이 사드리고 싶은 생각이었다.
이렇게 우리집이 어려운 생활인데 아버지께서는 우리집의 소는 아버지와 함께 남의 논 밭을 갈아 주는 우리 삶의 원천인데 이 소를 팔아 달라는 철부지 형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심정을 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해치 못했다.
그러나 결과는 소를 팔아 주었다.
형이 소를 팔아간지 어언 몇개월 벌써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계절, 나는 보았다 아버지께서는 그래도 자식을 믿는 믿음에서 우체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시는 아버지 혼자의 기다림을 …….
나는 형이 원망스럽고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싫었다. 지나가는 우체부를 확인하고 오늘도 축 처진 모습으로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어깨가 너무나 무거워보였다.
오늘은 신곡 아제가 벼 논에 비료를 처 달라해서 들에 나가 비료를 쳤다.
아침 하늘에 그렇게 조용하던 날씨가 웬지 점심때가 되자 시커먼 소낙비 구름이 태양을 가리우고 대지를 완전히 어둠으로 돌아왔다.
나는 빠르게 일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 왔다. 갑자기 하늘엔 번개불이 번쩍이며 번개가 친다. 갑자기 주먹만한 빗방울이 뚝뚝, 세찬 바람을 타고 떨어진다. 어머니께서 남의 일를 하시다 일을 중지 하고 집으로 돌아오시며 싸리문 대문을 들어오시며 “철아 아버지는?”
아직까지 산에 가신 아버지께서 돌아오지 않았는데 폭풍우를 동반한 소낙비는 잠깐 사이 마당에 빗방울을 지으며 흙탕물이 되어 싸리문쪽으로 내려간다.
아직 머리에 빗방울이 얼굴을 타고 내리고 있었다.
산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 때문에 싸리 대문쪽에 눈길을 떼지 못했다. 1m 앞도 구분치 못할 정도 빗줄기는 세차게 내리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철아!”
“예!”
“너 무슨소리 못들었어?”
“예, 아무것도”
말씀을 하시며 어머니께서 밖을 뛰어 나가신다. 세찬 비바람을 순식간에 어머니를 삼켜 버리기라도 하듯 “엄마!”
나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 뒤를 따랐다. 우산을 찾을 여유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상태, 내 눈앞에 벌어진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처참했다.
아직 나무짐을 지고 누우신 아버지를 필사적으로 일으키려는 어머니의 애절한 모습, 어머니의 절규음성 “철아 빨리 아버지 일으키자!”
“예!”
빗방울은 세차게 쏟아지고 있어, 얼굴에 타고 내린 빗물 때문에 아버지의 모습도 어렵풋이 비쳐졌다. 어머니와 나는 고통에 이를 악물고 참으시는 아버지를 양 옆에서 끼고 들어 왔다. 아버지께서는 아침에 좋은날씨에 나무를 해 팔려고 산에가서 동네어구까지 와서 비바람을 만나 점점 무거워지는 나무짐을 지고 악전고투로 우리 문까지 겨우 왔으나 세찬 바람이 아버지를 내동댕이쳐서 나무짐을 지고 넘어저서 허리를 다쳐 비를 맞으면서 신음 하던 중 어머니께서 나와 같이 뛰어 간 것이다.
소만 지금 있어도, 소와 더불어 남의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소가 없이 산에가서 나무를 해서 팔아 생활하는 가난의 우리 생활속 ……
아버지께서 오늘 허리를 다쳐 우리 가정의 생활이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