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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사 안되니 남은음식 재활용. . 굵고 장기화된 코로나19에 무너지는 식당위생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
먹다 남은 잔반 재활용까지

 

우리투데이 박현정 기자 | 전남 순창의 공사현장에서 중식집에 볶음밥을 시킨 김씨(49)는 한수저 떠보고 음식맛이 이상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음식맛을  물어봤다.  쉰음식이었다. 김도 들어있지 않은 볶음밥에 김가루 조각도 있었다. 중국집에 항의하니 오늘한 밥이라며 반박하자 먹던 밥을 들고 해당 중국집으로 가서 보여줬다. 미안하단 말 없이 다시 해 주겠다는 말에 환불 받아 나왔다.

 

곰탕 집에서 밥을 먹던 한씨는 깍뚜기를 먹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 입 베어물고 남은 깍두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주인을 불러 이게 워냐 물더니 칼자국이란다. 그 칼 좀 보자 했지만 변명만 하기에 다른테이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게 칼자국 같으냐`하고 물어봤단다. 사람들이 `이빨자국`이라며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식당을 나갔다 한다.

 

단골식당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식자재로 조리하는것을 본 사람도 있다. 순두부 유통기간이 이틀 지났지만 그것으로 조리하는 사장님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는 박씨는 `어려우니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믿었던 식당인데. . .`며 한숨을 내 쉬었다. 

 

 

코로나 시대, 음식점 위생 상태에 경보가 울리고 있다. 오물이 들어간 요리를 만들고, 먹던 음식을 다시 내놓고,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쓰는 일이 빈발하면서 소비자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집합금지·영업제한에 따른 매출 저하, 비대면 주문 배달 수요 증가, 느슨해진 당국 단속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맨발을 담근 대야에 무를 씻은 '방배동 족발집', 깍두기 반찬을 재사용한 '부산 돼지국밥집', 수백 명을 식중독으로 내몬 '성남 김밥전문점'과 '부산 밀면집' 같은 충격적 사례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 12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식약처의 외식업소 단속 자료는 심각한 비위생 조리 실태의 일단을 보여준다.

 

해당 자료엔 식약처가 올해 부정·불량식품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한 음식점 관련 신고 534건 가운데 현장 점검을 통해 위생 기준 위반을 확인한 44건의 사례가 담겼다.

 

우선 '공깃밥 재활용'처럼 기본적 위생 수칙을 간과하다가 식약처 제재를 받은 음식점이 수두룩했다. 한 업소는 남은 음식을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그대로 꺼내서 다른 손님에게 내놨다. 다른 업소는 위생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으로 김밥을 싸서 제공했다.

 

'담배꽁초 탕수육'처럼 음식에 이물질이 든 사례도 여럿이었다. 국물에 머리카락이 떠있는 건 예사였고, 어떤 가게는 곰팡이가 핀 면으로 냉면을 만들어 팔았다. 한 신고자는 감자탕을 먹다가 먼지와 머리카락, 수세미 조각이 한데 엉킨 정체불명의 오물을 발견하기도 했다.

 

신고자들은 위생 불량을 신고하면서 복통, 설사, 메스꺼움 등 신체 이상을 호소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배우자와 함께 돼지고기를 먹었다가 새벽 내내 구토를 했다거나, 상한 음식을 먹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5월 면적 150㎡ 이상 음식점 360곳을 단속해 89곳의 위법 행위를 적발했는데, 여기엔 △유통기한이 4개월 지난 돈가스 소스 △유통기한이 2년 4개월 지난 통후추 등을 사용한 업소가 포함됐다. 한 프랜차이즈 돈가스 전문점은 유통기한을 넘긴 등심으로 돈가스를 만들어 팔다가 적발됐는데, 팔다 남은 등심육만 150인분(23㎏)에 달했다.

 

부산 특사경 역시 이달 2일 유통기한이 한 달 넘게 지난 수입 갈빗살을 보관하고 있던 식육식당을 적발했다.

 

유통기한을 어기는 음식점이 많아지는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식약처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 유통기한 경과·변조'로 신고된 건수는 1,938건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재작년(1,845건)보다 5%가량 늘었다. 최근 5년간(2016~2020년) 신고 건수가 가장 적었던 2017년(1,556건)과 비교하면 25%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불황 심하다 해도… "위생 소홀해선 안돼"

위생 불량 음식점이 속출하는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외식업계 침체가 먼저 꼽힌다. 방역 규제에 따른 손님 감소로 매출이 떨어지면서 음식의 질과 청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식업소 위생 점검의 1차 책임을 진 기초자치단체들이 방역에 매진하느라 음식점을 상시 단속하기 힘든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경북 경산의 한 냉면집을 운영하고있는  이씨(55)는 ``재료가 남아서 버려야 할 것 들이 많다. 냉면이라 해도 우리는 직접 면을 뽑아서 쓰기때문에 버리는 양은 적을지 몰라도 무김치나 양념들은 솔직히 아깝다. 하지만 먹고 남은 음식을 재활용 할 수 없다. 물론 흔들릴때도 있다. 뉴스나 주변을 보면 위생상태 때문에 말이 많다 솔직히 이해는 하지만. . . 하지만 그럴순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더라도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 안전을 후순위로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요즘처럼 어려울때 가장 소홀히 하는 부분이 위생이기 때문에 우리같은  외식업 종사자들 스스로 위생 지침을 지킬 필요가 있다. ``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